여행 7일째. 9월 29일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시내의 중심가를 다녀온다. 어김없이 오늘도 화창한 날이다. 일기예보가 필요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 Torremolinos 는 영국인 이주민이 Costa Del Sol 에 정착하기 시작한 최초의 마을 중의 하나이다.
내려쪼이는 햇볕과 더불어 사방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꽃나무들로 둘러싸인 별천지 같다.
아침부터 바닷가보다는 호텔의 수영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늘어진 Senior 여행객들이 가득하다. 먹고, 마시고, 태양 아래서 Suntan 으로 온종일을 보낸다. 일기가 불순한 북유럽에서 온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시간이다.
시내 중심지로 가는 Bajondillo 구역의 번잡한 보행자 전용 도로 언덕길 Calle San Miguel 거리를 따라서 마을의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이동을 하는데 옆에는 'Lift' 라는 표식이 있다. 아하, 엘리베이터로 올려다 주는 것이다. 1유로씩 받는데 우리도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밴드의 음악소리가 들리고 떠들썩하다. 바로 옆 골목길 안에서 지금 무언지는 모르는 큰 축제가 막 시작하기 직전이다.
알고 보니 San Miguel 축제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다. 이곳 San Miguel 시의 수호성인 평화의 성모 (La Virgin De La Paz) 를 기리는 5일간 축제의 마지막 날이다. 아이고, 이 분은 종교 축제에 웃통을 훌러덩하고 나오셨네... 우리처럼 그냥 산보를 나왔다가 어리둥절하신듯.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다. 조그만 성당 옆의 언덕 복판에서 시작되는 축제다. 이제 막 행진을 시작하려고 길을 터주고. 언덕 복판에서는 밴드의 나팔소리와 북소리가 쿵 꽝 쿵 꽝 울려 퍼지고.
종교와 민속이 어울려 섞인 이 축제는 마을을 공격하려는 악마에게 불을 뿜는 형태로 San Miguel 이 마을을 보호한 성공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드디어 꽃으로 장식된 수호성인 San Miguel 을 어깨에 둘러메고 악단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장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꽃수레 위의 San Miguel 이 칼을 휘두르며 외쳐대는 듯하다. '악마야 물러가라'
조그마한 광장이 너무 붐벼서 우리는 한 발짝도 더 들여 넣지 못하고 성당 앞에 겨우 한자리를 차지하고 섰다.
일 년에 한 번 9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San Miguel 축제는 첫날은 돼지 요리가 무료로 제공된다. 낮에는 시내의 중심가에서, 밤에는 축제장에서 음악, 춤,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이 계속된다. 모두들 최고의 차림으로 나왔다. 특히 여성분들은 최고 복장뿐 아니라 머리에 색색의 꽃을 꽂고 한껏 멋을 내었다.
성당 안에는 곧 광장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올 수호성인 꽃 행렬을 맞이하고, 미사를 드리려고 신도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축제에 나오신 분들 정말로 대단하게들 차려입었다.
드디어 마을의 성당으로 꽃수레 행렬이 이동을 한다.
남자들만 꽃수레를 둘러메는 줄 알았더니 여성분들도 몇 분이 섞여있다.
군악대와 의장대가 마지막으로 광장을 빠져나간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축제팀들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광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매우 번잡한 옆 골목길로 나가서 시내 번화가를 매운다.
오른쪽 하얀 건물이 지금 미사가 시작된 Torremolinos 마을 성당의 옆모습이다.
시내의 중심가는 밀려나온 인파로 대단히 번잡하다. 몹시 따가운 여름 한때가 조금 지난 시기인데도 Torremolinos 번화가는 해를 막아주는 가림막이 펼쳐져 있다.
일반 가정집이 틀림없는데... 기막히게 장식하고 그려 넣고, 집 속은 어떠한지 매우 궁금하구나.
이제는 해변길을 더 둘러본다. 상점에 걸려있는 커다란 Beach Towel 들. Espana 의 시커멓고 늠름한 투우와 해골이 그려진 Towel. 어쩐지 무시무시하다.
Picasso 의 그림에 경의를 표하는 조각품인 '해변을 달리는 두 여자'. Malaga 에서 태어난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화가 Pablo Picasso. Malaga 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Picasso 미술관이 두 개 있는 도시이다. 여기 Torremolinos 의 해변 산책로를 걸으면 Lido 광장 원형 교차로의 중앙에 있는 두 여인의 조각상을 만난다. 조각가 Garcia 가 Picasso 의 그림 '해변을 달리는 두 여자' 에서 영감을 받은 거대한 조각상이다.
오늘 저녁은 해물 스파게티와 Seafood Combo 튀김. 해물 스파게티는 그저 그랬는데, 해물 콤보 튀김은 아주 좋았다. 놀랍게도 여러 가지 해물을 조금씩 전부 튀겨서 나왔다. 생선, 오징어, 굴, 관자, 멸치, 그리고 심지어 조갯살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그런데 몇 테이블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던 나이 드신 부부가 우리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란 표정을 지으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모양과 바닷가를 가리킨다. 아~하~ 어제 바닷가에서 우리를 본 모양이구나. 아직까지 우리도 여기에서 동양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 기억하기 쉬웠으리라. 그분들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멀리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나간다. 아주 친절한 분들이다.
호텔 뒤 정원에도 있고 앞 정원에도 마스코트처럼 서있는 Donkey. 여기 Bajondillo 동네에서 무지 고생했던 놈 같다. 힘들게 일을 하고 쉬는 중인데 왜 이러시나...
9월 30일. 여행 8일째.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오늘은 Julia 여행사를 기어코 찾아내어서 전화를 해보니 반갑게도 바로 뒷 골목의 번화가에 위치해 있다. 내일 Gibraltar 로 떠나는 집결지가 Online 으로 예약하고 받은 Document 에는 애매하게 나와 있어서 이상했는데, 정말로 새로운 곳으로 바뀌어 있다. E.mail 로 미리 연락을 해주던지... 다행히 찾아와서 잘 해결이 되었다. 집결지는 바로 우리 호텔의 바닷가 쪽 정문이다. Document 에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Main Bus Station 옆 근처 어느 곳. 걸어서 15분 걸리는 곳이었는데, 아이고 대단히 잘 되었다.
일을 잘 해결하고 여행사 문을 나오니 바로 옆집이 Torremolinos 의 유명 맛집 중의 하나인 El Dorado 이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식사시간이 되었는데 바로 옆집이 유명 맛집이라니 들어가 보기로 한다. 아래층에 걸려있는 커다란 메뉴를 보니 가격도 착하고 음식들도 먹음직하게 보인다.
생선 이름이 기억에 없다. 아주 큰 접시에 잘 구어진 생선과 감자튀김, 그리고 Salad 도 가득. 어떻게 조리를 했는지 생선 맛이 그만이다.
그리고 조개 요리. Sauce 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주 좋았던 조개 요리. 너무 맛이 있어서 마구 먹다가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고추튀김은 이미 여러 곳에서 맛을 들였던 것인데, 이놈도 거의 다 먹고 4 조각만 남아있다. Costa Del Sol 의 토속 요리는 Andalusia 의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Spanish, 유대인, 아랍의 전통 영향을 받아서 해산물이 주류이다. 계란 없이 빵가루를 입힌 생선을 Olive 오일로 튀기고 Lemon 을 뿌리고.
오늘은 멀지 않은 옆 동네 해변을 구경하러 간다. 가면서 두 Beach 로 갈라놓은 Torremolinos 용암의 절벽 La Punta 를 구경하며 지나간다.
Spain 국기의 가운데 문양이 있는 부분이 잘려있다. 독립을 원하는 Catalonia 의 강성 지지자의 소행인 듯. 가운데의 문양 없이 붉은 줄만 여러 겹이 있는 것이 Catalonia 지방 Flag 이다.
이 지역까지가 Torremolinos 의 Bajondillo 마을의 Pescadores 해변이다.
해변의 뒤쪽에는 높은 절벽인데 모두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Punta De Torremolino. 매우 시원하고 멋있는 View 를 보여주는 곳. 이곳 절벽을 지나면 다른 마을의 해변이 곧 나타난다.
그리고 곧 나타나는 Camino De Playa. 쭉 뻗어서 이어진 Camino 해변이다. Malaga 보다 더 동쪽에 있는 Nerja (네르하) 에서 서쪽으로 Marbella (마르베야) 까지의 해안선 150Km 를 통상 Costa Del Sol (태양의 해안) 지역이라 부른다.
Bajondillo 지역의 산호초들과 어류들.
뙤약볕에서 이 분은 열심히 먹이를 달아서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놓고는 금방 그늘에 놓아둔 의자로 달려가서 쉰다. 어망에는 아직도 한 마리의 생선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몇 마리는 잡아야 할 텐데.
왔던 길을 되돌아 우리 쪽 해변으로 돌아간다. 끝없이 해안이 펼쳐져 있고 수영이 가능한 해변들도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면서 계속된다. Costa Del Sol 지역에 수많은 해변들이 들어서 있다. 유명한 곳이 Malaga, Torremolinos, 그리고 최근에 엄청 각광을 받고 있는 Nerja, Marbella 이다.
바닷물 속에는 몇 사람 보이지 않고 모두들 뙤약볕에 Suntan 중이다.
우리도 호텔로 돌아가면서 들이치는 파도 보면서 차가운 물결 위 모래를 걷는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뛰어들어야 하는지 생각 중이다.
우~와~ 그런데 어제 식당에서 우리에게 눈인사를 하던 그 두 분이 우리를 보고 물속에서 뛰쳐나왔다. 루마니아에서 왔는데 우리처럼 Malaga 에서 먼저 휴일을 보내다가 이곳으로 왔단다. 내일 Gibraltar 투어를 하고 다음날 루마니아로 돌아간단다. 와우 우리도 내일 Gibraltar 에 가는데 같은 그룹이다. 사진을 함께 찍고 내일 아침 버스 집합지인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자기도 사진을 잘 찍는다며 우리 사진도 멋있게 만들어 준다.
내일은 하루 종일 유럽의 최남부에 위치한 영국령의 지브랄타 Day Tour 가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남부 Costa Del Sol 의 최단 서쪽이다. 지브랄타에서 바다 건너 남쪽으로 20Km 거리에 Africa 대륙의 모로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