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 여행 7일째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7시30분에 출발해서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7시45분인데도 매표소의 순서를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휴가를 다니면서도 모두들 대단히 부지런하다. 조금이라도 덜 더운 아침에 제일 힘들다는 Delicate Arch Trail 에 나서려고 우리 생각에는 매우 이른시간에 나섰는데 벌써 입구에서 부터 북적댄다. 아 ~ 그런데 Delicate Arch 에 오르는 Wolfe Ranch 주차장에 도착하니 겨우 서너대의 주차자리만 남고 벌써 다 차버렸다. 9시전에만 도착하면 주차가 안전하다고 알고 왔는데 8시에 벌써 만원이다.
기분 좋은 이른 아침의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의 루~루~랄라 ~ Hiking 이 시작되었다. 곧 다가올 힘든 상황을 제대로 모른체 이 정도 Trail 이라면 하면서 모두들 상쾌하고 가벼운 출발이다.
시작점에서 저 멀리 목표지점에 아주 작게 보이는 Arch 와 언덕을 보면서 떠났지만 곧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힘든 Trail 의 마지막 걸음을 옮길때까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지점이다.
우리는 이른 시간에 나온다고 왔는데 등반하는 사람들이 가득할 뿐만이 아니라 벌써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꽤 많이 만나게 된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 기준으로 왕복에 3시간이니 아마도 새벽 5시에 Hiking 에 나섰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아~ 정말로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저 멀리 경사진 거대한 바위 언덕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처음 시작의 1 Km 구간은 지그재그로 언덕도 넘어야 하고 약간의 힘든 구간도 있지만, 그늘이 전혀 없다는 것 말고는 남녀노소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 크게 부담이 없다.
그리고 곧 눈 앞에 거대한 반들반들 바위 (Slickrock) 언덕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저 멀리 깨알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바위를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 갈 수록 경사가 심한 바위 덩어리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감을 빼앗기는 곳이다. 그늘 하나 없는 산 같은 돌언덕을 오르기에 무척 힘들어 보이고 숨이 차고, 가쁘고, 보기만 하여도 매우 힘든 구간이다. 더구나 아침부터 벌써 땡볕이 마구 내려쪼인다. 돌 언덕 오르기 직전에 아주 조그마한 나무 그늘에 겨우 한사람 앉을 수 있는 정도의 자리에 왠 중년여성이 자리잡고 있다.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한 분이다. 헉헉하면서도 잘 따라왔던 Jean 도 드디어 언덕을 보고는 기가 질렸나 보다.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하고 중년여성의 옆에 비집고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Zenia, Lisa 와 함께 3사람이 등반하게 된다.
실제로 Trail 전 구간 중에서 이 Slickrock 를 오르는 구간이 제일 힘들다.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에, 뙤약볕에, 모두들 헉헉헉 힘든 곳이다.
높은 곳에 서서 잠시 뒤돌아보면 저 멀리구불구불 검은색의 도로도 보이고 주차장도 보인다. 힘들게 이제껏 올라온 Trail 도 보이며 주변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여기가 바위 언덕의 마지막 지점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Trail 이 이어진다. 이 지점이 Trail 의 중간지점 정도이다.
지나온 Slickrock 과 같은 힘든 경사는 아니지만 바닥의 돌무더기 표시를 따라서 완만하게 오르는 Trail 은 계속된다.
와 ~ 갑자기 넓다란 그늘이 나타나서 모처럼 쉬어간다.
Delicate Arch Trail 이 힘든 것은 경사도 힘들고, 땡볕도 그렇고,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이 목표지점이 보이지를 않으니 어디인지를 모르고 무작정 헉헉헉 하면서 걷는 것이다. 마지막 몇 걸음 까지도 전혀 목표지점이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
드디어 왼쪽 밑으로 절벽이 쭉 이어지는 절벽길에 다 다르면 Arch 에 거의 다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Arch 는 나타나지 않는다.
마지막 절벽길을 걷다보면 Trail 오른쪽 절벽 같은 언덕의 위로 작은 구멍이 보이는데 'Frame Arch' 이다. 저 벽 너머에 Delicate Arch 가 있는데 그 앞에 서서 Delicate Arch 를 바라보면 마치 Delicate Arch 사진의 액자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감하게 기어올라간 일부 젊은 모험가들.....
용감하게 기어올라 간 일부 모험가들.....
절벽길의 아래를 내려다보면 무시무시 하지만 보기 보다는 폭이 넓은 길이라 벽쪽으로 붙어서 걸으면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않고 지날 수 있다. 그런데 몇 걸음 덜 걷고자 가로 질러서 밑으로 걸어가는 용감하고 겁없는 자신만만한 사람들도 많다.
여기 이 마지막 절벽길을 오른쪽으로 도는 순간에 언덕 아래로 짜자잔~ 하고 확 나타나는.....
조심조심 절벽길.
왼쪽으로 걸터 앉은 두 아가씨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오른쪽을 향하여....
드디어 한 순간에 모든 피로를 걷어가 버리고 아~아~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Delicate Arch 가 나타났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서 갑자기 나타나는 Arch 를 처음 보는 순간은 정말로 황홀하다. 강렬한 햇볕에 벌겋게 익어서 뻘뻘 흐르는 땀을 닦으며 헉헉헉 힘들게 올라왔지만 놀라움과 황홀함 그 자체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 Arch 가 갑자기 내 눈 앞에 서 있는 감동의 순간이다.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Arch 밑에서 각자의 사진을 찍을 차례를 기다리는 20~ 25명 정도의 늘어선 줄에 Zenia 도 섰다.
Arch 쪽에서 올려다 본 절벽 언덕 위의 관광객들.
Arch 가 내려다보이는 주변은 마치 야외공연장 처럼 둥글게 넓은 공간이 있어서 모두들 돌 언덕 위에 편하게 앉아서 Arch 를 감상한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목도 축이고.... 생각보다 거대한 규모 그리고 Arch 밑에 서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절로 나는 신비하고 위대한 자연에 놀라움을 가득하게 하는 곳이다.
붉은색의 그룹이 환호하며 뛰어오르는 인증사진을 찍고....
엷은 푸른색의 그룹들도 뛰어오르며 찰캌. 저 뒤는 경사가 심한 곳인데 껑충껑충 모두들 용감하기도 하여라.
드디어 Zenia 의 차례가 되었다. Delicate Arch 만세 !
Zoom 으로 마구 당겨본 Arch 의 꼭대기 부분. 크게 자란 기다란 잡초가 있고, 흰색으로 변한 새들의 배설물이 보인다. 이십여 년전에 Arch 의 극히 일부분이 떨어져 내려앉았다고 하는데 먼 훗날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든든해 보인다.
Arch 아래에 서 있는 Zenia 의 사진을 담고 있는 나의 모습을 Lisa 가 뒷쪽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다시 절벽길을 따라서 하산중이다.
옆구멍 'Frame Arch' 에 용감하게 기어올랐던 젊은이들이 엉덩이를 끌면서 벌벌벌 어렵게 내려오고 있다.
밑에서 지나던 사람들이 제일 힘든 마지막 내리막을 안전하게 밑에서 받쳐주고.... 오를때보다 언제나 내려올때가 더 힘들다.
십대의 아이들은 힘든 Slickrock 구간을 올라와서도 옆 길로 뛰어나가 돌 언덕에 올라서 뻗치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기운이 넘치는 얘네들은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지치지도 않는지 길길이 뛰어다니고 있다.
정오가 막 지난 지금 따가운 땡볕이 내려쪼이는데 어리아이까지 하나씩 업고 등반하는 젊은 부부. 부부도 용감하고 어린아이들도 일찍부터 Hiking 의 묘미를 터득한다.
우리 뒤를 따라오며 하산하는 가족들. 3명의 어린아이들도 앞장 선 엄마와 뒤에 따르는 아빠의 호위를 받으며 잘 내려오고 있다.
이때에 나타난 우산 등반객 ! 햇볕을 가리려고 우산을 들고, 그리고 앞에서 비추는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가리려고 남자의 등에 바싹 가까이 붙어서.....
뭐지 ?? 뒤돌아보는 가족들....
Zoom 으로 당겨보니 이제는 우리가 주차를 하고 떠났던 Wolfe Ranch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대적으로 멋있게 만들어 놓은 다리.
비가 쏟아지는 우기에는 엄청 커지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졸졸졸 흐르기도 힘든 조그만 냇가의 물이다. 역시나 이렇게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의 인적이 있었고 동물들도 찾는 곳이다.
Historical Building 이라고 팻말이 붙여진 Wolfe Ranch. 1800년대에 John W. Wolfe 와 그의 아들이 여기에 이 Cabin 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오전에 Delicate Arch 에 오르는 우리의 일정은 이제 끝이 났다. Delicate Arch Trail 은 생각보다는 어려운 코스이지만 엄청 겁을 집어먹을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다만 Trail 구간에 그늘이 없으니 햇볕에 대비해야 하고, 아침 이른 시간이나 저녁에는 한낮의 뜨거운 땡볕을 피할 수 있다. Delicate Arch 는 오후 시간에는 역광이 되어서 사진촬영에 애를 먹는다. 그렇지만 해질 무렵에는 오히려 일몰사진을 담으려는 사진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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