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여행 4일째.      오늘은 아침부터 약간 일이 꼬여진 날이다.       오래전에 예약하고 미리 지불된 Taipei City Full Day Tour 가 예정된 날이다.       집합장소인 Taipei Main Station M3 에 30분이나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도 우리 Tour Agent 나 가이드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목적지로 가는 2개의 다른 Tour Agent 들은 분주하다.      Tour 회사는 다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아 달라고 부탁을 한다.      매우 친절하게도 바쁜 중에 여기저기 전화로 알아본다.      알아본 결과는 황당하게도 우리 투어는 취소되어 있단다.      E.Mail 로 어제 알려주었단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예정되었던 코스를 우리 스스로가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Taxi 로 이동하는 호사를 누린다.       멀지 않은 거리이고 Taipei 의 택시는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매우 친절하다.

***

첫 번째로 들린 곳이 방카 룽산사 (용산사 龍山寺).      룽산사는 18세기 푸젠성 (福建성) 에서 대만으로 온 이주자들이 신앙생활을 위해 고향에 있는 안하이 룽산사의 관세음보살 분령을 모셔와서 1738년에 건립하였다.      1919년 일본 통치 시대에 대규모 재건축이 시작되어 1924년에 현재와 같은 규모로 되었고 1957년에 다시 개축하였다.      이주민들에게 깊은 신앙의 명소이다.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의 관음보살과 도교의 여러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는 사원이다.      그리고 마조, 관우와 같은 중국신들을 모시기 위한 제단도 있다.

 

 

무슨 행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는 없는데 여러 가지의 글들이 보인다.      평심 (平心). 안신 (安身), 평안 (平安) 을 기원하고...    그리고 여러 가지 소원을 비는 글들이 보인다.

 

 

틀림없이 매우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검은 교복의 일본 고등학생들 백여 명이 그룹으로 몰려왔다.

 

 

사원 자체가 매우 섬세하고 화려한 건축물인데, 사원의 입구부터 더욱 화려하고 강렬한 색깔의 구조물들로 가득해서 첫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얼떨떨한 기분이다.

 

 

 

본전.      먼저 나타나는 본전 건물은 입구의 역할과 기도를 위한 공간이다.

 

 

 

본전에서 후전을 향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정사각형의 정원에 둘러서 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지 함께 불경을 읽고, 다시 기도하고 매우 진지하고 경건한 모습들이다.

 

 

본전을 지나서 정원의 가운데에 서서 후전을 향해서 합장을 하는 여인.

 

 

룽산사는 총면적이 약 1,800평 (6,000m2) 이다.       건물은 회자형의 사각 구조에 지붕은 팔각지붕의 모양이다.

 

 

후전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불경을 읽고 절을 하고 기도를 하고...    이들이 행사를 인도하는 것 같아 보인다.

 

 

 

불교 사찰로 출발하였지만 이후에 도교와 결합이 되고, 대만 특유의 다종교 민속신앙의 성지가 되었다.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불교 보살뿐 아니라 마조, 태음성공 등 도교의 신들까지 다양한 신앙 대상을 모셔놓은 사원이다.

 

 

룽산사는 건립 당시에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적으로 목조 용상이 사원을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다.       용상을 비롯하여 곳곳에 장식된 조각들이 매우 섬세하다.

 

 

후전의 뒤편으로는 제물을 놓고 기도를 드리고, 함께 책을 펴놓고 읽고 또 기도하고...    매우 진지한 모습들이다.

 

 

 

제단의 위에는 음식물과 점괘가 놓여있다.      각자의 소원을 비는 것이다.      그리고 한 쪽 바구니에는 붉은색이 칠해진 반달 모양의 나무토막 점괘가 있다.       소원을 빌고 이 점괘를 던졌을 때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소원성취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평온하고 절실한 표정으로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빌고 있는 건장한 젊은이.

 

 

경건한 분위기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백여 명의 일본 고등학교 학생들이 조용하게, 그리고 매우 절도 있게 움직이고 있다.

 

 

태평양 전쟁 와중에 본전이 소실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관세음 보살상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더욱 현지의 시민들에게 룽산사는 유명해졌다.      유명 관광지이지만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이 훨씬 많이 찾는 곳이다.      밤과 낮으로 언제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모두들 책을 꺼내놓고...    이보다 더 진지할 수는 없는 듯하다.

 

 

 

용이 휘감고 있는 모습으로 장식된 본전의 기둥들.       룽산사는 국가지정 고적으로 등재되어 있다.

 

 

룽산사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중정기념당으로 왔다.      자유광장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중정기념당 정문이다 (Chiang Kai-Shek Memorial Hall).       국민당 정부를 이끌고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도피한 장제스 (蔣介石 1887-1975) 의 사망 후에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건립되었다.       원래는 육군본부와 헌병사령부로 쓰였던 장소였는데, 1980년 4월 5일에 개관하였다.       4월 5일은 5년 전 그가 사망하였던 날이다.       명나라 시대의 Arch 형 정문이 매우 아름답다.

 

 

중정기념당은 높이가 70m 에 달하는 흰색대리석 건물이다.      본당 위층에는 거대한 장제스 동상이 있다.      올라가는 계단도 장제스의 생전 나이를 기리기 위해 89개로 만들었다.      건물은 서북쪽의 중국 본토 대륙을 향하도록 설계되었다.      그의 대륙 수복 의지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먹구름이 많이 끼어있고 약간은 음산한 날인데...    드디어 비가 내리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한다.       화산섬인 대만의 날씨는 대체로 1년에 약 250 일은 구름이 가득하거나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이다.      화창한 해가 나는 날은 3일에 한 번 정도뿐이란다.      날씨가 왜 이러나!       내일은 양명산에 가는 날인데 그래도 좀 좋은 날씨가 되었으면 한다.

 

 

 

들어오던 정문을 향해서 되돌아본 자유광장.      왼쪽에는 국가희극원, 오른쪽에는 국가음악원 건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국가희극원 (國家戲劇院) - 국립극장

 

 

국가음악청 (國家音樂廳) - National Concert Hall. 비를 뿌리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왜 이리 날씨가 고약한가...

 

 

 

 

장제스 총통 동상이 있는 곳은 제일 높이 위치한 4층이다.      윤리 (倫理), 민주 (民主), 과학 (科學).      그가 주창하였던 구호를 뒤로 하고 앉아있는 장제스 총통.

 

 

개관 당시에는 그의 아들인 장징궈 (蔣經國 1910-1988) 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였기 때문에 미국의 링컨 기념관을 모델로 하여 그보다 더 큰 규모로 웅장하게 만들었다.

 

 

중정기념당에는 총 3개의 문이 있다.       정문(A) 과 더불어 2개의 문이 (D) (E) 더 있다.       이곳은 본당 높은 곳에서 바라본 북동쪽 문(E) 이다.

 

 

 

북동쪽의 계단에서 올려다본 본당의 모습.      아주 오래전에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이 아니고 비교적 최근인 44 년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고풍스럽기 보다는 현대적이면서 웅장한 멋진 건물이다.

 

 

본당의 1층에 있는 기념관 내부의 유물 전시관.       장제스 생전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장제스가 Taiwan 현대사에서 최고의 비극으로 불리는 2.28 대학살 사건의 배후 주역 중 한 명으로 밝혀지면서, 중정기념당은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대만 원주민들과 진보적인 민진당이 집권하고 있는 현재는 2월 28일 하루 동안은 기념당을 휴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장제스 동상 철거, 명칭 변경, 용도 변경 등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2.28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2.28 추모공원이 공교롭게도 중정기념당 바로 근처에 있다.       Taiwan 안에서는 독재자이며 학살자로 Taiwan 독립파인 Taiwan 현지인들을 철저히 탄압한 장제스를 추앙하는 중정기념당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정기념당 개원식 날 자유광장에서 연설하는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

 

 

유명 인사들의 유품에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승용차들.      옛 시절에는 어느 나라든지 대부분 미국의 캐딜락이 국가수반의 전용차량이었다.

 

 

장제스 총통이 생전에 사용하였던 유품들.

 

 

The oath signed by Chiang Kai-Shek on Februray 25, 1963.

 

 

생전에 집무실에서의 장제스 총통.

 

 

다음으로 우리가 옮겨온 곳이 Taipei 101 빌딩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쭈위안이 설계한 건물로 여러 해 동안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타이페이의 Landmark 이다.       탑을 계속 쌓아서 올려진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번잡한 시내에 위치하여서 건물을 전부 카메라에 잡기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오늘처럼 구름이 가득하고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날은 건물의 윗부분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오니 온통 관광객 상대의 가게들과 명품가게들로 가득하다.      101빌딩 방문 인증 사진을 찍는 곳이 여러 군데 보인다.      우리도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잠시 기다리는 줄에 서 있다가 인증샷을 먼저 챙겨 놓는다.

 

 

101층의 높은 건물이라서 그런지 구조물들이 단단하고 견고해 보인다.      101층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Ticket Booth 에 줄을 섰는데, 3명의 아가씨들이 각각 창구를 맡고 있다.      옆 창구에서는 표를 부지런히 팔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창구 아가씨는 웃으면서 정말로 올라가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전혀 보이는 풍경이 없을 텐데 오늘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 하며 웃는다.       제일 싼 88-91층의 1인 Ticket 이 Taiwan Dollar 로 600 (USD $20)이다.       101층까지는 $32 그리고 급행 Ticket 은 $40 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니 이 아가씨가 정말로 정직하고 고맙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타이페이의 전 지역을 조망할 수 있고, 멋있고 시원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리라.       청명한 날에는 대개 5시 30분쯤 도착하면 낮의 사진과 야경을 모두 촬영 가능한 좋은 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벌써 점심시간이 마구 지나간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니 시장기가 대단하다.      지하에는 무지하게 큰 Food Court 가 있는데, 구역별로 나뉘어서 잘 꾸며져있다.      한류의 음식들이 인기가 대단하다.      여러 종류의 비빔밥만을 하는 비빔밥 전문점, 한국식 바베큐 전문점 등 한식 전문점이 많이 보인다.      넓은 Food Court 를 잠시 돌아보니 온갖 나라의 음식들이 모두 있는 듯하다.      바쁜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는 시간인데도 자리를 잡기 어렵게 엄청 붐비는 곳이다.

 

 

나오는 길에 다시 한번 카메라로 잡아본 101 빌딩.      (오른쪽 사진은 : 빌려온 사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역시 건물 전체를 담아내는 일은 불가하다.

***

내일은 금요일인데 양명산 투어를 신청하여 놓은 날이다.      해가 나는 날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오늘의 경우처럼 투어가 갑자기 취소가 되어있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2년 전 Greece 의 Porto 에서 몇 달 전 예약하여 놓은 Dorou Valley River Cruise Tour 의 집합장소인 관광객 안내소 앞에 이른 아침 7시에 도착했는데....    무언가 이상해서 안내소에 들어가서 알아보아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투어가 취소되었고 다음날은 있단다.      자리가 남아 있으면 다음날로 다시 잡아달라고 요청을 하여서 결국은 다음날 더 좋은 날씨에 투어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다행히 여행의 마지막 날을 비워둔 경우였다.      타이페이에 도착해서 2일간 먹구름과 보슬비가 뒤섞인 날씨를 보냈다.      그러니 내일 하루는 해가 나는 좋은 날이 오는 것이 Taiwan 의 전형적인 기후 패턴이리라.      내일은 해가 내려쪼이는 청명한 좋은 날씨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