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Raqchi (락치 - Puno 가는 길) - 7일째
여행 7일째. Titicaca 호수를 가기 위해서 하루종일 남쪽으로 계속 달린다. 오늘의 종착지는 호수와 가까이 있는 Puno 이다. 그 중간에 들린 마을이 Raqchi 마을이다. 잉카의 유적지도 있고 그리고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Gate1 여행사에서 후원하는 현지의 학교가 있는 곳이다. 여행사에서는 미리 현지의 아동들에게 후원할 학용품을 지참해주면 고맙겠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실은 모두 비어있다. 오늘이 마침 마을의 50주년기념행사가 있는 날이다. 지금 파란색의 교복을 입고 있는 유치원생들도 그 행사의 일원으로 참가 대기 중이다.
비어있는 교실이지만 유치원실 그리고 몇개의 교실도 구경을 시켜준다. 모두들 비행기로 멀리서 힘들게 날아온 여행이다. 그러나 현지의 학교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으니 가능하면 학용품을 준비하여주면 좋겠다는 여행사의 의견에 모두들 무거운 학용품들을 마다 않고 가지고 왔다. 우리도 사가지고온 Crayon 2박스와 연필 2통을 내놓았다.
미국의 Gate1 여행사 (Non-Profit 여행사) 에서 후원하는 학교이다. Gate1 Foundation. Making a Difference.
학교의 정문이 아주 아담하다. 그런데 지금 이 아이는 부모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는지 엉~엉~ 울면서 엄마의 손에 끌려서 학교를 나가고 있다. 기념식이 열리는 마을회관이 있는 곳으로 가는가 보다.
와 ~ 마을회관 앞에는 지금 온 마을사람들이 남녀 모두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행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젊은이 늙은이 남녀노소 모두들 뙤약볕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마을회관 바로 옆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Raqchi 마을의 유적지 Wiracocha Temple 이 바로 붙어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서 뒤로 바라본 마을회관의 옆모습.
Cusco 에서 남쪽으로 110Km 떨어진 이곳에 Spanish 들에 의해서 파괴 되기 전까지는 잉카제국에서 제일 높고 큰 지붕을 자랑하던 15세기에 세워졌던 신전이었다. 302 Ft (92m) X 84 Ft (25m) 의 거대한 넓이에 2층 건물 8개가 있던 유적지이다. 다 파괴되어서 지금은 벽돌로 된 중앙의 벽만이 남아있다.
중앙 벽의 제일 높은 곳은 높이가 18~20m 이다.
멀리에는 농토들이 보이는데 젊은부부가 한가하게 앉아서 지금 쉬고 있는 중이다.
파괴된 건물의 서쪽 마당에는 우물처럼 둥그런 2개의 Bath Tub 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농사터가 보이는데 이곳은 예전에는 신전의 마당이었다. 신전의 건물에 자리가 차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건물 밖에서 예식을 보던 곳이었다. 2개의 둥그런 Bath Tub 은 종교의식을 치르던 Tub 이다.
그 옛날 600년 전에 만들어놓은 Bath Tub 이 지금도 완벽하고 훌륭하게 보인다. 잉카인들의 석재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Peru 의 여러곳에서 보았던 Quena 가 여기에도 있다. 나무 Flute 라 일컷는 Quena 피리를 만드는 나무로 유명하다.
마을로 다시 돌아오니 아직도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행사가 시작되려는지...... 자유시간이 30분 정도 있으니 그 안에 행사가 시작되면 좋겠는데.... 오른쪽의 아가씨는 나중에 보니 행사의 맨 앞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장작불에 닭고기를 얹져서 익히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주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받고 장사를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별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장사꾼인 것 같아 보인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이 산골의 마을에서도 남정네들은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킥킥거린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저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우리가 Temple 구경을 하고 나왔는데도 지금도 무한정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본부석이 만들어지고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아 ~ 그러고 보니 Raqchi 마을이 탄생한 50주년행사이다.
우리가 들렸던 그 학교의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제일 먼저 입장을 하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VIP 석에 앉아있는 마을의 연장자들과 유지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나와 사진을 함께 찍었던 아가씨는 국기게양식에 쓰일 국기를 들고 맨 앞줄에 서있다.
온 동네의 남녀노소가 전부 도열해서 입장을 한다.
확성기에서 국가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국기게양을 하도록 최고령의 연장자를 부축해서 모시고 나온다.
다른 어느 나라 어느 마을에서 이렇게 순박하고 말 잘듣는 순수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아낙네들도 모두 모자를 벗고 가슴에 손을 얹고.... 행사의 시작을 보기는 했는데 이제는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동료여행객들 모두들 아쉽지만 일어서기 시작한다.
마을 밖에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엄청 많은 양떼들을 돌보고 있다. 들어갈 때에도 혼자서 계셨는데 지금도 혼자서 돌보고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마을의 양떼들을 도맡아 돌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뒤늦게 행사장으로 가는 할머니.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며칠간은 중형버스로 다니다가 오늘 아침부터 대형버스로 바뀌었다. 장거리 여행에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확실하게 편안하다.
Puno 로 이동하는 중간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는지 아니면 시간을 절약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오늘의 점심은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한다. 닭고기 샌드위치에 오랜지, 사과, 초코렛, 물, 주스 등등으로 가득 들어있기는 한데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버스 속에서 흔들리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최악의 식사였다.
Cusco Region 이 끝나고 Puno Region 이 시작하는 지점에 기념품 좌판대가 펼쳐져있다. 잠시 쉬어가려고 내린 이곳이 지난 며칠간 다녔던 곳보다 더욱 높은 고지대이다. 그동안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었나 싶었던 고소증이 다시 나타난다. Puno 지역이 보통 4,000m 정도로 제일 높은 지대라고 했는데 앞으로 2~3일간 어쩌면 약간은 고생할지도 모르겠다.
Raqchi 를 떠나서 이번 여행 중에 제일 높은 곳으로 여겨지는 4,600m 고도상에 있는 기념품 좌판대에서 마주 보이는 산악지대. Puno 까지 이렇게 척박한 산악지대를 하루종일 달린다.
Lama 새끼가 어미를 졸졸 따라다닌다. 어미는 묶여있는데 새끼는 풀려있어도 어미 근처에만 있으니 묶어놓을 이유가 없다. 언제 태어났는지 아주 귀엽게 생겼다.
3 Sol 의 모델료를 내고 갈색의 Alpaca 와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여기는 고도가 4,600m 정도로 너무 높아서 조금 빨리 움직이면 어질어질하다. 며칠 지나면 고산증에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는데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1,000m 나 더 높으니 또 새로운 적응이 필요한가 보다.
버스 속에서 하루종일 달리는 동안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산들을 계속 지나가고 가끔은 아주 조그마한 몇집 정도가 모여있는 동네도 지난다.
극히 드물게 몇곳은 이렇게 가축들이 누런 들판에 나와있는데 여름에는 이곳이 푸른 들판이었을 것이다.
가을추수를 마치고 들판에 묶여져 세워놓은 짚단이 보인다. 나무 한그루 없는 산들을 보니 비옥한 땅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 무슨 작물을 추수를 했는지 궁금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재미있게 장식된 동네집들.
또 잠시 쉬려고 들어온 기념품가게에서 잉카인들의 모자를 써본다. 머리를 길게 땋아내리면 영락없는 잉카의 여인이 되겠는데....
잉카의 정교한 석재기술자가 다시 나타났다 !!!!!.
Puno 에 거의 도착하게 되면 먼저 나타나는 Juliaca 시를 지나게 된다.
이 도시는 정말로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적합한 곳이다. 도무지 온 사방이 뒤엉켜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차도, 인도의 구분도 없지만 어느 방향으로 차들이 다니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우리 가이드 Washington 이 계속 설명을 이어간다. Juliaca 는 본래는 모직물과 양모 거래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공산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공업도시이다. 주로 조악한 모조품을 싼값에 만들어내는 것으로 좋지 못한 명성을 지닌 곳이라 한다.
동남아의 툭툭이처럼 생긴 이 Taxi 들의 기본요금은 놀랍게도 겨우 1 Sol (33 Cent) 이다.
길거리의 여러 곳에서는 노란 플라스틱통에 불법제조된 불량품 Gasoline 을 쌓아놓고 팔고 있다. 가솔린에 무엇을 어떻게 더 첨가하여 불리고 불려서 싸구려 기름으로 만들어서 파는 Gasoline 이다.
건물을 완공하면 세금을 더 내야하니까 거의 모든 건물들은 철근이 삐죽삐죽 나온대로 적당한 선에서 더 이상 마무리를 하지 않았다. 전 시내의 모든 건물들이 엉성하고 흉악하게 방치되었고 길거리는 엉망이고..... Peru 에서는 수도인 Lima 만 조금은 예외이고 대부분의 도시가 그러했지만 이토록 아수라장은 아니었다. Juliaca 시내는 정말로 엉망진창이다.
정신을 쏙 빼내어가는 Juliaca 시내를 빠져나오면 곧 언덕 위에 Puno 가 나타나고 언덕 아래는 Titicaca 호수와 접해있다.
호텔의 뒷마당이 바로 호수가에 붙어있고, 배를 타고 내리는 선착장이 함께있는 이곳에서 이틀을 지내게된다.
창 밖으로 보이는 Titicaca 호수 건너편의 민둥산에 저녁노을이 벌겋게 깃들고 있다. 버스에 시달리며 하루종일 달려와서 매우 피곤하기도 하지만 더욱 고도가 높아진 곳이라 꼼짝달싹 움직이기 싫다. 저녁도 밖으로 나가기 싫어서 호텔의 식당으로 직행한다.
문어, 새우, Scallop 으로 만들어진 Seafood Dish 도 맛이 좋았는데...
Salmon 과 함께 나온 채소는 볶아서 당면 위에 얹어져서 나왔다. 정확히 한국의 잡채의 맛이 그대로 난다. Peru 에서도 당면이 있다니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앨러지로 닭고기를 못먹으니 점심도시락은 나에게는 정말로 앙꼬빠진 찐빵이었다. Peru 의 Titicaca 호수에서 이토록 맛있는 잡채로 허기진 배를 채울 줄이야.....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꼬마들 다섯에게 나누어주려고 어제 Cusco 의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T-Shirt 와 기념품들을 정리하느라 펼쳐보았다. Alpaca 3개, 잉카인형 5, 볼펜 10. 살 때는 이것저것 많이 구입한 것 같았는데 펼쳐놓고 보니 얼마 되지않는다. 내일은 오전에는 Titicaca 호수에 떠다니는 인공섬으로 알려진 Uros 섬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Sillustani 무덤지역을 관광한다.